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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소소한 행복

반려인구 1,500만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그리고

하루에
372마리를 버리는 오늘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1978년 10월 15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선포된 세계 동물권리 선언의 제1조는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입니다. 세계 인권선언 이후 30년 만에 동물권 선언이 나온 거죠. 그로부터 10여 년 뒤인 1991년, 한국에서는 동물보호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단지 동물 보호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보편화하고 있어요.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그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그러나 또 한편으로, 버려지는 동물의 수 역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3년 전 '유기동물을 부탁해' 시리즈에서 버려지는 동물의 실태를 데이터에 기반해 종합 분석, 보도한 바 있습니다. 2020년 지금은, 당시의 문제의식을 좀 더 확장해 최근 10년을 진단하고,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모색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지난 10년 간
95만 마리를 버렸다

많이 키우는 만큼 많이 버리는 걸까요. 농림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실·유기동물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 10년 간 우리가 버린 것으로 공식 등록된 동물은 94만 7,098마리였습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진 줄곧 오름세입니다.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한 동물등록제가 2014년 첫 시행됐다는 점을 보면 역설적인 상황이죠. 2019년엔 유기동물 13만 3,515마리가 등록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어요. 올 들어서도 9월까지 10만 마리를 넘어 최다 발생 기록을 갈아 치울 기세입니다. 10년 간 발생한 유기동물을 일수로 나누면 하루 평균 247마리 꼴인데, 2019년만 보면 일평균 365마리. 올해는 9월까지 일평균 372마리를 버렸습니다.

유기된 개는 67만 6,391마리
전체의 71.4%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은 고양이로 25만 9,203마리(27.4%)입니다.
이 둘을 합하면 98.8%에 이릅니다.
나머지 기타 축종은
1만 1,504마리, 1.2%였습니다.

어릴수록 많이 버린다?
집 근처에 주로 버린다?

큰 눈, 넓은 이마, 통통한 몸, 짧고 뭉툭한 주둥이... 포유류 새끼들이 공통으로 갖는 외양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귀여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를 갖고 싶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그래서일 테죠. 반려동물도 어릴수록 인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나이 많은 동물이라 버렸겠지' 하고 짐작하는 게 자연스러울텐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등록된 유기동물 94만 7천 마리 중에서 생후 1년 미만으로 추정되는 아기 동물은 37만 2,506마리, 무려 전체의 39.3%를 차지했습니다. 10년 이상 고령은 3.3%로 비중이 크지 않았어요. 성장이 끝나기 전인 어린 동물들이 많이 버려지고 있는 건데 '역-고려장'이라 할 만할 정도죠.

그렇다면 유기동물은 어디에 가장 많이 버려질까요? 정확히 답하기 어렵지만 어디서 많이 발견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장소 정보가 등록된 유기동물 42만 마리의 키워드 분석을 통해 발견 장소를 정리해 봤습니다. 네 마리 중 한 마리 꼴, 총 10만 8,212마리는 아파트, 즉 주거지역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다음은 학교(9.0%), 시군구청(8.2%), 상업시설(7.4%) 순.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된 경우도 7.8%로 높은 편이었습니다다. 동물은 움직이고 이동하기에 이 발견 장소와 유기 지역이 꼭 일치하진 않을 겁니다. 원래 집을 찾아오지 못하도록 먼 곳에 버렸을 가능성도 있을거고요.

어떤 종류를 많이 버렸을까

유기견 중 가장 많은 건 믹스견, 즉 잡종입니다. 34만 6,762마리로 전체 유기견의 51.3%, 절반이 넘었죠. 다음으로 많은 건 몰티즈 7만 2,333마리(10.7%)였고 푸들 5만 1,475마리(7.6%), 시츄 3만 8,472마리(5.7%) 순이었습니다. 유기묘 중에선 '알 수 없음'이 19만 595마리(73.5%)로 최다였고 한국고양이(코리안숏헤어)가 6만 3,932마리(24.7%)로 다음이었습니다. 그 외엔 페르시안 0.6%, 터키시 앙골라 0.3% 등으로 나머지는 1% 미만으로 분석됐습니다.

전체 반려동물 현황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2018년 실시된 '반려동물 인식 및 양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의 종류는 말티즈가 19.6%, 푸들 12.0%, 시츄 10.3%, 믹스견 8.6%, 요크셔테리어 6.0%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고양이는 한국고양이 20.6%, 믹스묘 18.5%, 러시안블루 13.8%, 페르시안 9.0%, 샴 7.0% 순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보호소에 입소한
유기동물은 94만 7,098마리

죽음을 맞이한 유기동물은
전체의 49.8%

구조된 유기동물의
삶과 죽음

구조된 유기동물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등록 절차를 거칩니다. 등록돼 있다면 인식표나 무선식별장치를 통해 원래 소유주를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하게 되죠. 공고는 유기동물의 모습, 품종, 나이, 발견 장소 등의 정보를 담아 7일 이상 해야 하는데, 10일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어갑니다.

그렇게 지자체 소유가 된 유기동물의 다음은, 삶 또는 죽음 뿐입니다. 새 주인을 만나거나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는 '입양'과 '반환', 혹은 안락사하거나 또는 자연사하거나. 지난 10년 동안 죽음으로 귀결된 유기동물은 47만 1,453마리, 전체의 49.8%였습니다. 보호센터에 들어간 유기동물 중 절반은 죽고 절반만 살아남았던 거죠. 새 주인을 만난 입양은 30.6%, 원 주인에게 돌아간 반환이 12.3%였고 보호 중인 건 2.9%에 불과했습니다.

자연사 비율이 특히 심각한 건 고양이입니다.고양이는 46.4%가 자연사로, 17.6%인 개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안락사까지 포함하면 고양이 사망률은 60.1%, 개는 46.1%인데, 고양이의 경우, 농림부고시인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에 따라 보호센터에는 다치거나 3개월령 이하의 새끼 고양이만 입소 가능하기 때문이죠. 새끼 고양이는 수유와 보온, 배변 유도 등 돌봄이 필수인데 보호센터에서 그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폐사한다는 게 동물보호단체들의 지적입니다.

자연사가 아니라 고통사

"교통사고 뒷다리 부상", "백내장, 결막염, 왼쪽 눈 각막 궤양"...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특이사항' 항목의 문구들입니다. 주로 신체적 특징이나 착의 같은 걸 적도록 한 건데 상당수에서 질병과 관련된 표현들이 나옵니다. [마부작침]은 유기동물의 질병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특이사항 항목의 단어를 분석해봤습니다. 피부병, 식욕 부진, 호흡기 질환 등 8개로 나눠 질병 유무를 확인했습니다.

10년 간 등록된 94만 7천 마리 중 '질병' 특이사항이 있는 유기동물은 24만 3,005마리였습니다.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병든 채 구조됐다는 말인데, 새끼든 고령이든 편차 없이 25% 정도는 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됐던 질병은 영양 결핍과 탈수, 야윔 등이 포함된 '식욕 부진'이었는데 19.0%를 차지했어요. 피부병이 13.8%로 뒤를 이었고 눈, 귀 질환이 12.6%로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당연한 귀결이겠으나 질병이 있는 경우엔 그렇지 않은 동물보다 자연사 비율이 크게 높았습니다. 안락사 비율은 질병이 있으면 25.3%, 없으면 24.0%로 비슷했지만 자연사는 질병 있으면 38.9%, 질병 없으면 20.8%로 큰 차이를 보였죠. 사실상 병사, 혹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졌는데 이런 현실을 '자연사'라는 이름으로 가리고 있는 겁니다. 자연사 비율이 특히 높은 보호센터의 치료나 관리 부실을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지난 2월 발간된 동물자유연대의 "유기동물 고통사 방지 입법화 보고서"는 보호센터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부실 운영으로 인한 죽음을 자연사가 아닌 '고통사'라고 불렀습니다.

자연사 동물에 가장 많은 질병은
식욕 부진

8개 질병별로 자연사와 안락사 비율을 자세히 살펴 봤습니다. 자연사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질병은 식욕 부진 이었습니다. 식욕 부진을 갖고 있는 동물은 무려 67.8%가 자연사 처리됐습니다. 질병 있는 동물 전체의 자연사 비율보다 30% 포인트나 높은 수치죠. 안락사 비율이 높은 질병은 피부병입니다. 피부병이 있던 유기동물은 3만 3,562마리, 39.8%가 안락사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식욕 부진은 자연사, 피부병은 안락사의 원인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다만 식욕 부진으로 특이사항이 기록된 유기동물의 자연사 비율이 유독 높은 건 눈 여겨 볼 만합니다.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 제정에 참여했던 명보영 수의사(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는 유기동물 정보 작성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명 수의사는 "수의학 석사 수준인 사람이 작성하기도 하고 관련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적을 수도 있다"면서 정보의 신뢰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질병 치료는 어떨까요? 전국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에 유기동물 치료 항목과 응급 치료 여부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해보니, 전체 보호센터의 75.5%에서 치료 가능했던 질병은 피부병이었습니다. 가장 비율이 높았죠. 반면 식욕 부진은 단 53.6%에서만 조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질병 평균은 59.5%만 치료 받았습니다. 질병 있는 유기동물의 자연사 비율이 높은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보입니다.

위탁 중심 보호소와 펫숍 문화
다 바꿔야

민간 위탁 중심인 현재의 동물보호센터 운영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호센터 예산에 치료비가 따로 책정되지 않고 등록된 마리 수에 따라 지원을 받는데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유기동물 치료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죠. 서미진 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는 "병에 걸린 유기동물 치료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황이라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해 죽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대체로 직영 보호센터가 동물 입소시 검사나 치료 같은 부분도 월등히 잘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나아가 동물권 보호단체들은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으로 반려동물을 상품처럼 사고 파는 '펫숍' 문화를 뿌리뽑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펫숍'은 이름 그대로 동물을 사고 파는 가게입니다. 여기서 팔리는 동물은 먼저 번식장과 경매장을 거쳐 상점에 '상품'으로 전시되고 거래를 거쳐 소비자에게 가죠. 언제든 원하면 사고 또 팔 수 있고 효용이 다 하면 버리는 공산품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하며 가지고 노는' 의미의 애완에 가깝고 '함께 살아가는' 뜻을 가진 반려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별의 슬픔과 아픔은 추억으로 치유되고..."

이렇게 가족으로 장례를 치르고
이별을 맞는 반려동물도 있습니다

다른 한 편엔

안락사한 의료폐기물과
질병사한 일반폐기물로

죽음을 맞이하는
유기동물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