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직장'. 때로 우리는 공기업을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안정성, 복지, 임금 등으로 공기업은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장으로 손꼽힌다. 그만큼 입사도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원하지만, 모두 갈 수는 없는 직장, 공기업. 하지만, 이곳에서도 남녀 임금격차(페이갭· Pay Gap)는 존재한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임금은 민간기업과 다르게 정부의 지침과 예산 안에서 운용된다. 공공기관의 임금정책엔 정부의 철학이 반영된다는 뜻이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페이 미투①, 페이 미투②>에 이어 이번엔 공공기관의 페이갭을 분석했다.

공공기관 페이갭 20.3%...
"남자 100만 원 받으면, 여성은 80만 원"

<마부작침>은 공기업 페이갭 분석을 위해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공시된 352개 기관의 '직원 평균보수 현황(2017년)'을 확보했다. 지난 2월 <공공기관의 통합공시에 관한 기준>이 개정되면서 공공기관은 '성별 1인당 평균보수액'을 지난해 내역부터 처음으로 공시하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공공기관은 모두 353곳이다. 올해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재단(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1곳을 제외한 352개 기관의 직원 31만 5,392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남성은 21만 8,684명(69.3%), 여성은 9만 6,708명(30.7%)이다. 직원 성별 구성에서부터 큰 격차를 보였고, 이런 격차는 임금에서도 나타났다.

<마부작침>이 지난해 공공기관의 페이갭을 분석해본 결과, 2017년 남성 직원의 연봉은 6,001만 원이었다. 반면, 여성은 4,785만 원을 받는데 그쳤다. 여성이 1,216만 원 더 적게 받은 것으로 페이갭은 20.3%로 분석됐다. 즉, 남성이 100을 벌면, 여성은 79.7을 벌었다는 뜻이다. <페이 미투①, 페이 미투②> 기사에서 확인한 2,441개 민간기업의 페이갭 31.7%보다는 낮은 수치다. 다만, 남성 임금이 더 높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게다가 공공기관의 페이갭(20.3%)은 '페이 미투(#PayMetoo)'가 촉발된 영국의 페이갭(16.8%, 2016 OECD 기준)보다 높은 수치다.

동일직급이면 동일임금?
‘동일직급이 될 수 없는 女’ 페이갭의 숨은 방정식

성별 무기계약직 비율

고용형태별 공공기관 직원 현황

공공기관 페이갭은 계약형태에 따라서 차이를 보였다. 민간기업과 달리 계약형태(정규직 및 무기계약직)별 임금도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계약형태별 페이갭을 별도로 분석했다. 352개 공공기관의 직원 31만 5,392명 가운데 정규직은 29만 892명(92.2%), 무기 계약직은 2만 4,500명(7.8%)이다.

이 가운데 남녀 정규직의 페이갭은 20.6%로 분석됐다. 352개 공공기관에서 2017년 정규직 남성 직원의 연봉은 7,041만 원, 정규직 여성은 이보다 1,451만 원(페이갭 20.6%) 더 적은 5,590만 원을 받았다. 남성 임금 쏠림 현상은 무기계약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남성 무기계약직이 4,026만 원을 벌었는데, 같은 기간 여성 무기계약직 임금은 3,482만 원에 그쳐, 남성이 여성 보다 544만 원(페이갭 13.5%) 더 많이 받았다. 어떤 고용 형태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 여기엔 페이갭을 증폭하는 방정식이 하나 숨어 있다.

공공기관(352개)에서 근무하는 전체 남직원 21만 8,684명 가운데 정규직 남성은 20만 8,086명(95.2%), 무기 계약직 남성은 1만 598명(4.8%)이다. 반대로 전체 여직원 9만 6,708명 가운데 정규직 여성은 8만 2,806명(85.6%), 무기계약직 여성은 1만 3,902명(14.4%)이다. 남직원의 정규직 비율이 더 높다.

고용형태를 성비로 분류해보면, 페이갭의 원인이 더욱 잘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정규직 직원(29만여 명)에선 남성(71.5%)이 여성(28.5%)보다 2.5배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무기계약직에선 여성(56.7%)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내에서도 여성이 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임금격차가 심화됐음을 알 수 있다.

페이갭 심각 정부법무공단, 체육진흥공단...
“여성은 끊임없이 낮은 자리로”

공공기관 사이에도 페이갭 격차는 있다. 352개 공공기관 가운데 페이갭이 가장 큰 곳은 정부법무공단으로 분석됐다. 정무법무공단은 국가 관련 소송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지난해 남성 1인당 평균임금은 1억 824만 원, 여성 1인당 평균임금은 5,120만 원으로, 같은 기간을 일해도 남성이 여성보다 5,704만원 (페이갭 52.7%)을 더 받아갔다. 이는 앞서 <페이 미투②>기사에서 30대 재벌 중 가장 높은 페이갭(51.2%)을 기록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법무공단은 '남성 60명, 여성 42명'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형태가 같은데 남녀의 임금차가 두 배 이상 발생했다. 공단 측은 이에 대해 '직군 차이'라고 해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법무공단은 변호사 직군과 일반 직군으로 구분되는데 변호사 직군의 임금이 일반직보다 많고, 변호사 직군에 남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직군에 남성이 많아 페이갭이 발생하는 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같은 일반직에서도 페이갭의 원인이 되는 차별이 숨어있었다. <마부작침> 취재 결과, 변호사 직군에 남성은 41명, 여성은 12명으로 남성이 4배 가까이 많았다. 반대로 일반직에선 남성 18명, 여성 32명으로 여성이 더 많았다. 일반직군의 상위 직급에서 역시 남성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남성은 4급부터 9급까지 골고루 포진한 반면, 여성은 8급(11명)과 9급(20명)에만 집중돼 있다. 공단 관계자는 "로펌 성격을 가진 공단 특성상 낮은 보수의 비서직(8~9급)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어 평균 보수 차액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체 공공기관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저임금 직업 쏠림 현상이 공단 내부에도 '축소판'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법무공단 다음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 부산항만공사, 한국건설관리공사 등이 심각한 페이갭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관을 포함해 페이갭 상위 TOP 10 공공기관은 모두 임금격차는 40%대를 훌쩍 넘었다. 이들 기관들의 해명은 비슷했다. 대표적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 남성이 6,716만원을 받을 동안, 여성은 3,521만원(페이갭 52.4%) 더 적은 3,195만원을 받는데 그쳤다. 여성이 남성의 절반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높은 직급에선 남성 비율이 높고, 낮은 직급에선 여성 비율이 높기 때문에 남성 평균임금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체육진흥공단은 특히 여직원 수가 남직원보다 6배 이상 많은 무기계약직에서도 심각한 페이갭이 존재했다. 이와 관련된 해명은 '직급'이 아닌 '직무'였다. "서로 다른 업무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은 직무에 따라 보수가 다른데, 발매 업무 같은 저임금 직무에 여성이 많아 여성의 평균임금이 낮다"고 말했다. '남성 628명, 여성 757명'으로 구성된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남성의 86.3%는 정규직, 여성의 71.2%는 무기계약직이다.

여직원이 더 많아도,
임금은 남성이 더 받는다

공공기관에서 여성은 무기계약직에 집중돼 있다. 불리한 정규직 채용의 현실 탓에 여성들의 선택지는 무기계약직으로 좁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 더 많은 무기계약직이라고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저임금을 받는다. <페이 미투②>기사에서 보도했듯 "페이갭은 여직원 수가 적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이 공공기관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마부작침>은 무기계약직에서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100명 이상 많은 공공기관을 분류해 페이갭을 파악했다. 이 범위에 포함된 공공기관은 모두 17곳으로, 지난해 남성이 3,771만 원을 벌 때, 여성은 1,067만 원(페이갭 28.3%) 더 적은 2,703만 원을 받았다. 페이갭은 28.3%로, 이는 전체 공공기관(352개)의 남녀 임금격차(20.3%)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17개 기관 중 가장 높은 임금격차를 보인 곳은 사회보장정보원으로, 페이갭이 46.9%에 달했다. 지난해 남성 무기계약직(18명)의 평균 임금은 4,911만원이었는데, 같은 기간 여성 무기계약직 (131명)의 평균 임금은 2,305만원 더 적은 2,606만 원(페이갭 46.9%)에 그쳤다. 여직원이 7배나 많아도, 임금은 남성이 더 받는다는 말이다. 사회보장정보원 역시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마찬가지로 임금격차 원인을 '직무 차이'로 해명했다. '정규직은 직급차, 무기계약직은 직무차'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여직원 대부분은 임금이 적은 콜센터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페이갭이 심각한 한국우편사업진흥원도 비슷한 이유로 임금격차를 해명했다. 다만, 이런 해명 안에는 노동시장에서 고착화된 차별의 악순환이 숨어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정규직이 되기 힘들며, 정규직이 되더라도 직급이 낮아 저임금을 받고, 무기계약직이 되면 직급차이는 없더라도 임금이 낮은 업무를 맡게 된다는 현실 말이다. 한마디로 여성은 끊임없이 저임금으로 내려가는 무빙워크에 서있다는 말이다.

'페이갭 극심' 1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페이갭 상위 TOP5 부처

공공기관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부처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마부작침>은 각 공공기관의 주무부처를 파악해 35개 정부 부처별 페이갭을 분석했다. 각 부처가 산하 공공기관의 페이갭에 대해 얼만큼 관심을 갖고, 인식하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페이갭이 가장 큰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다.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모두 9개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페이갭은 37.1%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리하는 9개 공공기관 중 직원 수가 1,192명으로 가장 많은 기술보증기금의 페이갭이 40.4%로 분석돼 부처의 전체 페이갭을 끌어올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산하 공공기관의 임금격차 이유로 남성 대비 여성의 하위직 쏠림 현상을 꼽았다. 해당 부처 관계자는 "임금격차에 대해 수시로 확인은 하고 있다"면서도 "부처가 공공기관 인사에 대해 강제적인 조정은 어렵고, 권고하는 수준"이라고 한계점을 드러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여성 고위직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듯, 이런 정부 방침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35개 주무부처 중 가장 많은 60개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페이갭은 36.9%로 그 뒤를 이었다.

마이너스 페이갭
(여성 임금이 더 많은 기관)

352개 공공기관 페이갭

대다수의 공공기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으면서, 주무부처의 페이갭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개별 공공기관에서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높은 곳은 존재했다. 다만, 전체 공공기관(352개)가운데 2.8%(10개)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페이갭 –12.7%),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4.8%), 국무조정실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2.1%), 기재부 산하 한국조폐공사(-0.6%)가 대표적이다.

한국조폐공사는 10개 기관(여성임금이 더 많은 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직원(1,340명)이 근무하면서도, 직원 전원이 정규직이다. 또 남직원이 1,057명(78.9%)으로 여직원 284명(21.1%)보다 4배 가까이 많지만, 여성임금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 남성 평균 연봉은 8,385만 원으로, 여성은 이보다 50만 원 정도 더 많은 8,435만 원을 벌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여성 평균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2년 정도 길고, 여성 직원들이 중간 급수에 몰려 있어 남녀 임금격차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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