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부터 차별…
여성 비정규직이 더 많은 이유?
채용부터 시작된 차별은 임금격차의 출발선이 된다. 최근 검찰 수사로 드러난 은행권의 여성 차별 역시 시작은 서류전형이었다. 동일직무에 남녀 채용인원을 달리 정한 것으로, 이런 식의 채용은 금융권만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만연해 있다. 헌법을 통해 평등을 선언한지 70년,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30년이 지났어도 '남녀차별'은 노골적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이를 '관행' 또는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외면해왔을 뿐이다.
채용시장에서 차별은 남녀의 정규직 현황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정규직 노동자는 1,343만 여명, 이 가운데 여성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8.6%(519만 명)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658만 명 중 여성은 절반 이상인 55.2%(363만 명)다. 쉽게 말해 남성은 정규직, 여성은 저임금의 비정규직이 더 많은 셈이다.
여성의 저임금 일자리 집중 현상은 임금계층별 남녀구성을 따져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부작침>이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월 200만 원 미만 여성 노동자는 181만 명으로 여성 전체 노동자의 47%를 차지한다. 반면 남성 전체 근로자의 46.3%는 350만 원 이상 임금계층에 집중돼 있다. 바꿔 말해 고임금 일자리엔 남성이, 저임금 일자리엔 여성이 몰려있는 것이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낮아서?…
“남성으로 태어난 게 스펙”
정규직·비정규직에 따라 남녀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이 여성보다 똑똑해서, 흔히 말하는 여성의 교육적 성취가 낮아서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위해 남녀 대학진학률을 살펴보자. 지난 2017년,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72.7%, 남학생의 대학진학률은 65.3%로 여학생이 남학생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특히 이런 추월 현상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매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지만, 임금 수준은 정반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6년 남녀 시간당 임금 차이'에 따르면 대졸 남녀의 시간당 임금격차는 29.1%로, 남성이 1시간에 100을 벌면, 여성은 70.9원을 버는데 그친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학력 여성의 증가에도 여성 대부분이 저임금 시장에 몰려있는 건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즉, "남성으로 태어난 게 스펙"이라는 말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고,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받는 비합리적인 상황이라는 뜻이다.
기업의 해명 뒤에 숨은 진실…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
축적된 차별의 결과물인 페이갭은 기업이나 공기업 등 노동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페이갭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계도 예외는 아니다. 남녀 우승 상금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역사 속 차별도 항상 당연하다고 여겼던 관습과 관행들이었다.
남녀 상금차 해소 과정에서 여자 테니스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 테니스 역시 남성 상금이 여성보다 8배나 높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관행은 1973년, 여자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이 남자 선수 '바비 릭스'를 꺾은 뒤에 변화했다. 상금 차이 근저엔 '스포츠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빌리 진 킹의 첫 걸음으로 1973년 US 오픈, 2001년 호주 오픈, 2006년 프랑스 오픈, 2007년 영국 윔블던이 남녀 우승 상금 차이를 없앴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영역에도 미약하게나마 전달되고 있다. 스웨덴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은 지난해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는 비즈니스 세계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며 상금격차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녀는 "불행히도 비즈니스 세계에선 많은 여성이 임금 차별을 받고 있는데, 남녀 선수가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목소리 덕분에 지난 2월 호주 빅오픈에서는 남녀상금이 같은 골프대회가 개최됐다.
“여자 말은
사람들이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저는 최고가 되어야 했습니다”
─ 빌리 진 킹
하지만, 한국 스포츠는 여전히 고정관념의 우물에 갇혀 있다. 여전히 "실력과 인기가 다른데 왜 상금이 똑같아야 되는가"라고 반문이 등장한다. 한국 프로배구에선 남자리그의 우승상금은 1억 원인 반면, 여자리그 우승 상금은 7천만 원이다. 프로농구 역시 남자 우승상금 1억 원, 여자 우승상금 3천만 원이다. 상금 차이가 나는 이유와 근거가 있을까. 배구연맹 관계자는 "상금 계산에 대한 근거 규정은 없지만, 남녀의 경기수도 다르고, 참가팀 규모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고착화된 차별은 고정관념이 되고, 관습 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악순환 된다. 스포츠계도 예외는 아니다. 김 교수는 "거의 모든 여성 스포츠는 남성 스포츠와 같은 수준의 보상과 지원을 받은 적이 없고,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낮은 상금과 수준저하로 이어지는 걸 반복했다"고 말했다. 남녀 상금 차이도, 남녀 임금격차처럼 악순환만 반복하고 있어, 동일한 수준의 상금과 지원으로 수준향상과 인기 상승을 꾀하는 선순환을 시작해야 된다는 뜻이다.
임금정보 모두 공개 영국,
‘기업 임금’ 정부 인증제 실시 아이슬란드
한국이 임금격차 해소에 머뭇거리는 사이,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선 신 성장동력으로 위미노믹스(Womenomics·여성과 경제의 합성어·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를 주목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도 보고서(2015)를 통해 남녀 불평등을 개선하면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과 중국의 GDP를 합친 수준인 28조 달러나 증가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