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3조 원 '슈퍼 예산'
10년 새 두 번 바뀐 앞자리

2007년 이후 국가 예산은 줄어든 일이 없다. 2007년 237조 1,000억 원에서 2020년 512조 2,505억 원으로 13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2011년 처음으로 300조 원을 돌파했고 6년 만인 2017년 400조 원을 넘어섰으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나 512조 원, 10년 만에 앞자리를 두 번 갈아 치웠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회복지 예산으로 유일하게 30%를 넘겼다. 고령화 추세가 강화되는 만큼 이 분야 예산 비중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 심사
이렇게 진행했다

새해 예산을 정하는 절차는 대략 이렇다. 정부가 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면 이를 국회가 심사해 확정한다. 2020년 예산이 확정되는 과정은 아래와 같았다.
2019. 3. 26
2020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 의결 및 확정
작성지침은 예산 편성의 가이드라인으로 정부의 재정 운용 목표를 바탕으로 부처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작성된다. 지침이 확정되면 2020년도 예산안 편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19. 5. 31
각 부처 예산요구서 제출
각 중앙관서의 장은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예산 요구서와 함께 예산의 성과 계획서 및 전년도 예산 성과보고서를 함께 제출한다.
예산 성과계획서
예산 성과보고서
2019. 6 ~ 8
정부 예산안 작성
기획재정부는 제출된 부처별 예산요구서를 바탕으로 정부 예산안을 작성한다. 예산심의회를 운영해 소관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과정을 거쳐 최종 정부 예산안을 확정한다.
2019. 9. 3
2020년 정부 예산안 국회 제출
국가 회계연도는 매년 1월 1일 시작해 12월 31일 종료된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 9월 3일까지 국회에 정부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2019년에 딱 맞춰서 제출했다.
2019. 10. 22
정부 시정 연설
정부 예산안 제출 이후부터 국회의 예산 심사는 가능하다. 허나 통상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정부 대표의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본격 예산 국회가 시작된다. 대통령이 직접 연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9. 10. 28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부처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진행한다. 예비심사에 앞서 전문위원들은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예비심사가 끝나면 상임위는 예비심사보고서를 제출한다.
예비심사검토보고서
상임위 예비심사 회의록
예비심사보고서
2019. 10. 29 ~ 11. 30
예산심사특별위원회 본 심사
상임위 예비심사를 바탕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본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에 앞서 전문위원들은 부처별 보고서, 종합 검토보고서를 마련해 심사를 돕는다. 세부내역의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지는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심사는 이번엔 11월 11일부터 진행했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 예산 심사는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 이날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 날 자동으로 본 회의에 부의되는데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합의하면 계속 심사할 수 있다. 2019 예산안 심사부터 2년 연속 11월 30일까지 예결위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
검토보고서
예결위 회의록
예결소위 회의록
2019. 12. 10
본 회의 의결
국회는 헌법에 따라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즉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2018년에는 12월 8일에 의결했고 2019년엔 12월 10일에 했다. 법정 시한을 또 넘겼다.

역대 최대 규모 국회발 신규사업

[마부작침]은 이번에도 '국회발 신규사업'에 주목했다. 국회발 신규사업은, 정부 예산안에는 없지만 국회에서 필요하다며 추가한 사업이다. 2020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가 추가한 신규 사업은 487건, 예산액은 8조 557억 9,500만 원이었다. 정부 동의를 받지 못했거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제외된 것을 감안하면 국회의원들이 이보다 더 많은 신규사업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국회발 신규사업 가운데 특정 지역과 관련 있는 지역성 사업은 329개 사업, 67.6%가 해당했다. 지역성 사업이 모두 문제 있는 사업은 아니다. 다만 지역구 의원들, 혹은 차기에 노리는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이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노력했을 가능성이 있어 따로 분류했다.

마부작침의 기준 '4불 심사', 이번에는?

[마부작침]은 국회의 예산심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4불'을 정했다. '네 가지 아닌 것'(불 不)으로 첫째는 '불법', 즉 관련 법령이나 예산 편성 지침 등을 어기고 예산을 편성한 사업이다. 둘째는 '불용', 즉 과거 예산을 편성해도 쓰지 못한 이력이 있거나 새해에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사업을 이른다. 셋째 '불심사', 비슷한 내역의 사업이라고 해서 뭉텅이로 심사하며 세부 사업은 심사 없이 넘어간 것을 뜻한다. 넷째 '불논의', 예산회의록 어디에도 논의한 흔적이 없는 사업을 가리킨다.

2018년 서울시 하수처리장 확충사업 예산 836억 원, 2019년 서울시 노후 하수관로 정비사업 예산 391억 원의 공통점은 하수 관련 사업, 서울시 사업, 국회발 신규사업, 민주당 한정애 의원 요구 사업, 그리고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을 위반한 예산 편성이었다는 점이었다.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에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는 국비 보조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이를 위반하고 사업 예산을 요구했고 이를 관철시켰던 것이다.

2020년 국회는 다행히 서울시 하수 관련 사업 예산을 '불법' 편성하진 않았지만 또 다른 '불법' 사업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불용, 불심사, 불논의 예산도 어김없이 발견됐다.

의원님, 마지막 예산 심사도 그렇게 하셨네요?!

2018년 국회 예산심사 분석 당시 [마부작침]이 던진 질문은 "의원님, 예산심사 왜 그렇게 하셨어요?"였고 2019년엔 "의원님, 예산심사 왜 또 그렇게 하셨어요?" 였다.

2019년 10월 말 [마부작침]은 아예 2020년 예산안 심사를 시작할 무렵에 다시 물었다. "의원님, 이번 예산 심사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큰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20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 심사는 조금은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국회는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진 면들이 눈에 띄었다. 다른 쟁점 법안들에 치여 예산 심사를 뒷전으로 하는 모습, 예산안과 쟁점 법안 통과를 연계하는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자 아예 특정 야당을 배제하고 강행 처리하는 모습도 등장했다.